
" 노력과 능력은 다른 거죠. "
- 이름
루즈 벨벳
/ Luz Velvet
- 나이
17 y
- 키/몸무게
171cm / 55kg
- 고유 마나색
오키드 퍼플
(Orchid Purple)
- 주종원소 : 바람, 불


벨벳가의 자랑이자 특색이었던 오묘한 보랏빛 머리칼은 이제 등의 반을 덮을 정도로 내려와 한껏 찰랑였다. 민트색의 머리띠는 어디로 갔는지 이젠 같은 색의 헤어밴드를 사용하여 머리를 넘겼다. 잔머리가 많은 탓에 바람 한번 불면 머리칼 정리하는데 꽤 고생할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듯이 쭉 바깥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아 피부는 언제나 희었고, 성장하면 할 수록 자리잡는 뚜렷한 이목구비 또한 사람이 다가가기 힘든 인상인 건 마찬가지였다. 매일 지식을 담는 쌍커풀 있는 진한 눈은 언제나 빛났고 화려했으며, 굳게 다문 입술은 보기 좋은 색이 자리 잡혀있었다. 또래보다 커다랬던 손은 두껍고 커다란 책을 잡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유독 덩치가 컸던 아빠를 닮아 또래 아이들보다 빠르게 성장하여 중등부 3학기를 완전히 이수할 때 즈음 165를 훌쩍 넘었었다. 교복의 검은 망토를 고정해주는 앞섬의 브로치를 민트색의 보석을 박은 크라바트로 바꿔 매달았다. 또한 양 앞자락 끝을 삼각형태로 자르고, 흰 원피스의 허리춤에는 검정색의 얇은 허리끈을 매어 더욱 단정해 보이도록 해주었다. 여전히 모자는 거의 쓰고 다니지 않는다. 왼손목엔 언제나 은색 방울이 달려있는 실팔찌가 자리하고 있다.
Luz Velvet
- 성격
1. 목표 지향적
2. 딱딱한
3. 융통성 부족
4. 고집있는
5. 재미없는
- 4서클
고등부 6학기
#3년 전, 중등부 학생회장
- 제 12장
활자를 집어삼킬듯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평범한 자택. 거실 한 가운데에 커다란 1인용 소파를 두고 앉아 열심히 책을 읽는 아이가 있다. 벽난로의 불빛이 일렁일 때마다 오묘한 색을 내는 머리칼은 잔뜩 뻗치는 잔머리 때문에 고정해주는 헤어밴드가 없었다면 관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루즈. 또 자지 않은 거니?”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와 같은 머리색을 가진 남자가 다가오며 묻는다. 아이는. 아니, ‘루즈’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고 책을 읽으며 대답했다.
“...... 잠이 안 와서요. 죄송해요, 아빠.”
“왜 죄송하다고 하니. 괜찮아. 나는… 네가 걱정 돼서 그렇지.”
“걱정 시켜 드린 게 죄송해요.”
남성은 작은 미소를 지으며 루즈에게 다가갔다. 조금이라도 자는 게 어떻겠니. 루즈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저를 똑 닮은 아이의 성격은 고집불통이었으니까. 걱정 시키고 싶지 않은 거라면 잠을 자라니까. 남성은 속으로 한숨을 삼킨다.
“아직 잘 풀리지 않은 거야?”
“...네…… 분명 이해는 했는데 되질 않아요. 계속 같은 자리만 맴돌고 있어요.”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니까.”
“그럴 수 없어요. 엄마는 제 나이 때 이미 반은 통달하셨잖아요. 졸업하자마자 5 써클이 되었잖아요.”
루즈는 그리 말하면서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랐다. 남성이 채 눈에 반도 못담은 양을 그 잠깐 사이에 읽어버린 걸까. 그는 다시금 한숨을 삼킨다. 아이가 어쩌다 이렇게 변했더라. 언제 이렇게 변했더라. 일렁이는 불꽃을 담는 눈동자는 생각한다.
재작년 겨울, 아이의 생일 날에 드디어 완성되었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와 외치던 제 아내, 아이의 엄마. 루브린다가 눈을 빛내며 제
두 손을 잡곤 말했다. '...드디어 성공했어. 여보, 나는 이제 조금의 시간과 조금의 노력만 더 있으면 돼. 그럼 나는 7 써클이 될 수 있어.
이거 봐. 아주 희미하게 빛이 모이기 시작했어.' 새롭게 만들던 마법 수식어만 완성했다는 줄 알았는데. 정말 그뿐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의 손목에는 아주 희미하게 노란 빛의 고리가 새롭게 생기다 말다 하고 있었다. 그에게 축하의 말을 해주려 입을 열면, 그는
금새 방으로 들어가 짐을 쌌다. 나를 위해 떠나야겠어. 모든 알로그랑에 다녀올 거야. 여보, 언젠가 꼭 다시 보자. 루즈에게 생일 축하한다고 전해줘. 사랑해. 그 말을 남기고 여행을 떠나버린 사람. 루브린다, 너는…
“...아빠, 들어가 주무세요. 시간이 늦었어요.”
“......그래. 잘자렴, 루즈. 꼭 자야한다. 알겠지?”
“...그럼요.”
“사랑한다, 루즈.”
“저도요, 아빠.”
다정한 아버지의 말에 답을 해주는 순간에도 아이는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남성은 아이의 머리에 짧게 입을 맞추고 거실을
벗어난다.
루브린다.
루즈.
너는 무엇을 사랑하는 거니? 가족? 친구? 아무것도 아닐 테지. 오롯이 지식만을 사랑하는 거지. 너는 너의 ‘앎’이 제일 중요한 거야.
1226 | 퍼플 다이아몬드 | 크리스마스 로즈 | 아빠와 본인 | 양손잡이
벨벳가. 쥬우르에 소속 되어있는 군인 아빠, 체타 벨벳과 그의 하나뿐인 소중한 딸, 루즈 벨벳. 그리고 7써클에 성공적으로 도달하기
위해 집을 떠난 루브린다 아리아를 제외하면 제법 평화로운 집안. 강렬한 이목구비, 뚜렷하지만 그만큼 오묘한 머리칼, 총명한 머리.
루즈가 자라면 자랄 수록 더욱 더 또렷해지는 부모님의 특징들.
루즈가 15살이 되던 해의 생일, 엄마는 루즈에게 선물할 새 마법 수식어를 완성함과 동시에 루즈에게 어떤 말도 해주지 않고 새벽에
자신의 성공을 위해 떠나버렸다. 아빠는 엄마를 잡을 수 없었다. 엄마는 지식을 사랑하기에. ‘앎’을 사랑하기에. 이제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 아니었다. 그후로 벨벳가는 조금씩 달라졌다. 아빠는 루즈를 의심한다. 엄마를 존경하고 좋아했던 루즈였기에 엄마처럼 똑같이 총명의 끝을 달리면 떠나 버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루즈는 그런 아빠를 알고 있으나 일부러 티 내지 않는다. 맘껏 의심하라지.
떠나버린 엄마의 마지막 모습도 보지 못했던 루즈는 그의 새 마법 수식어를 보았고, 단 하루만에 다루는 법을 익혔으며, 그와 동시에
3써클에 도달했다. 그리고 16살, 고등부의 총 3학기를 이수하며 4써클까지 만들 수 있게 된다. 제 2의 주종 원소를 불로 정했으며,
고등부 추가 6학기를 이수하는 동안에야 두 원소를 완벽하고 동등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언제부턴가 변했다. 제 스스로의 변화를 눈치 채지도 못할 만큼 빠르게 변해갔다. 많은 이들이 물었다. ‘루즈의 꿈은 뭐야?’ 루즈는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엄마처럼 대단하고 훌륭한 마법 연구가가 되는 거예요.’ 루즈는 더 이상 그 질문에 그리 답하지 않는다. 저가 존경했던 ‘엄마’는 더 이상 없기에. 존경만 했던 그를 이젠 존경으로도 모자라 따라잡기에 급급했고, 그처럼 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살았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엄마를 따라 책에 미쳐있는 삶. ‘앎’을 더 중요시 하는 삶. 삶의 절반을 책으로 보냈다고 무방할 정도로 많은
지식을 습득하며 더욱 더 집착했다. 모자라. 모자라. 나는 아직 부족해. 고등부가 벌써 4써클만 되어도 훌륭한 것이라고 선생님이 그랬거늘. 총명했으나 그렇지 않았던. 천재형이 아닌 노력형 영재였던 아이. 살면서 처음으로 슬럼프를 맞이한다.
어쩐지 어렸을 때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아무리 둔한 사람이라도 금방 눈치 챌 수 있을 정도였다. 책을 읽기에 여념이 없어 또래 아이들과 노는 법 조차 몰랐던 루즈는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친구들에게 조금 더 의지하는 경향이 보인다. 그들에게 향한 애정과 관심,
사랑. 별을 믿지 않아도 당신들만큼은 믿으니까. 한 가지에 맹목하는 것은 삶을 망가뜨린다. 그럼에도 여전하다. 루즈는 고집이 세기에.
피에샤의 입학 선물로 받았던 지팡이는 제 방에 두고 선물 받은 실팔찌를 지팡이 대신으로 사용하고 있다. 양손잡이였기에 특별한 불편함은 없다고. 굳이 왼손이 아니어도 자유롭게 마법을 쓸 수는 있다. 아르파드 선생님의 편지와 초등생 때 처음해 본 합숙의 마지막 날, 제 머리에 살풋이 내려앉은 프리지아 화관은 직접 보존 마법을 걸어두어 함께 보관하고 있다. 쉬지 않고 책을 읽다보니 속독하는 법을 배웠다. 어렸을 때 지겹도록 읽었던 우주, 점성술, 천문학은 이미 방대한 지식을 알았기에 학을 뗀지 오래. 스스로의 점도, 다른 사람의 점도 쳐보지 않는다. 별은 우리의 미래를 모른다. 요즘 관심있어 하는 것은 디디에 선생님의 ‘마나Ⅱ’ 수업과 ‘구조와 이해’ 수업. 이 역시도 엄마를 따라잡으려는 것인지 새 수식을 설계하는 것에 큰 집착을 보인다. 이외의 수업에도 적극적인 참여를 보이기에 고등부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루즈의 평이 좋은 편.
취미는 독서, 일기 작성, 마법 수식 설계. 특기는 기록, 속독. 루즈가 보이지 않는다면 도서관의 제일 우측 끝, 창문과 가까운 자리에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것은 거실 벽난로, 러그, 책. 싫어하는 것은, 아…….
여전히 모두에게 높임말을 사용하며, ‘당신’이라는 호칭을 자주 사용한다. 기분이 불쾌하다면 극존칭을 쓸 때도 있다. 크게 변화한 점이라면, 이제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돌아가신 할머니를 배웅해드리기 위해 바다 근처에 있는 알로그랑에 다녀왔다. 처음보는 바다는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울지 않았다. 나오지 않는 눈물은 억지로 짜낼 필요가 없다.
11살, 초등부 3학기 이수 완료.
12살, 추가 기간 6학기 이수 완료.
13살, 중등부 진급 시험 준비 및 통과.
14살, 중등부 3학기 이수 완료.
15살, 고등부 진급 시험 준비 및 통과.
16살, 고등부 3학기 이수 완료.
17살, 추가 기간 5학기 이수 완료. 현재 6학기 이수 중.

1. 순례자의 북극성/ 루즈 벨벳, 이냐오 리마
"당신의 길을 잃지 마요."
우리는 그 말로 연결되어있다. 도서실 제일 우측 끝, 창문과 가까운 자리. 언제나 서로의 곁을 지키며 앞을 향해 나아갔다. 아니, 지금도 나아가고 있어. 어서 그렇다고 말해줘, 루즈.
-루즈, 난 아무 것도 아닌 걸까.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요. 당신은 잘하고 있어요.
그렇게 오늘도 네 옆을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