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람은 멀리 멀리, … "
성격
- 따뜻한 고요
- 발화점이 높은
- 나이에 맞지 않은 성숙함
- 감춰진 호기심
레몬색 머리카락, 라임색 눈동자. 그를 말로 표현한다면 분명 새콤한 과일을 머금은 색으로 가득하리라.
넉넉한 품의 셔츠는 하늘거리고 그는 불편함 없이 움직였다. 빙그르르 돌면 꽃처럼 활짝 피는 치마를 좋아하지만, 어째서인지 교복으로는 반바지를 골랐다. 고깔모자도 한참 그림자가 질 정도로 챙이 큰 것을. 가을과 겨울, 날이 추울 때는 발목까지 오는 검은 망토를 두르고 찬바람을 맞이했다.
어딜 그리 먼 곳을 보는지 종종 멍한 표정으로 저 멀리를 바라보곤 하지만, 누군가 다가오거나 말을 걸면 곧잘 돌아본다. 무표정일 때에도 그는 사나워보이지 않는 눈꼬리를 가졌다.


프림 리나드
2월 12일생, 봄을 맞이하는 겨울의 끝자락에 태어났다.
으레 아이들이 그렇듯 언성 높이는 것을 무서워한다. 다정하고 상냥한 사람에게 마음을 주는 일은 당연했다.
그는 보기보다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였지만 발 빠르게 행동으로 나서진 않았다. 언젠간 알게 되겠거니, 남에게 앎의 기쁨을 양보하는 일이 많았다. 기실 그는 항상 많은 것을 남에게 양보했다. 그 일에 억울함을 느끼지 않았으니, 분명 그의 천성일지라.
말이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과묵한 것은 또 아니었다. 그냥 조금 조용한 아이. 그러면서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온전히 전해지는 아이.
오빠
프림에겐 다섯 살 위의 오빠가 있는데, 프림과 마찬가지로 바람을 타고난 이였다. 그는 지나칠 정도로 활발하며 반짝거리는 사람이었다.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사람. 프림과 오빠는 나이 차이가 이렇게 나는데도 사람들은 꼭 프림에게 "네가 누나인 모양새구나." 하고 말했다. 그럴 때마다 프림은 예의 고요한 미소로 대답했다. "아이다움을 지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시잖아요." 보다시피, 프림은 열 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이답지 않았다.' 모습은 영락없이 어리고 작은 아이일진대, 세상에 두 번째로 태어난 것처럼 굴었다.
단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하지만 매번 사탕 따위를 받으면 챙겨두는데, 아무래도 디저트를 좋아하는 오빠를 위해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오빠와 나눠 가진 반달 모양 목걸이가 있다. 당연하게도 두 사람의 것을 합치면 하나가 된다.
일기
그는 일상을 소중히 여겨 매일같이 일기를 썼다. 행복과 기쁨은 물론이고 슬픔과 분노, 그가 느낀 갖가지 감정이 아직 미숙한 글솜씨로 써내려졌다. 제가 가장 아끼는 노트를 꺼내 꾹꾹 눌러 쓰는 일기는 솔직하기만 하다. 이제까지 일기장으로 쓴 노트만 수 권이다. "보여주기는 조금 부끄러워요." 종종 일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에게는 부드럽게 거절했다.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면 솔직하게 쓰지 못할 것 같아. 그러니 이것들은 언제까지나 당신에게는 비밀이리라.
일기와는 별개로,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그것을 쪽지에 적어 보관해놓는다. 본인 말로는 행복 저금통이라고 한다. 우울한 날마다
두어 개씩 꺼내 보며 기분 전환을 한다.
바람에 날려 보내는 편지
그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바깥세상으로 보냈다. 아니, 그렇게 알고 자랐다. 더는 그 거짓말에 모른 체할 수 없게 된 지금도 프림은 종종 어머니에게 편지를 썼다. 그는 어머니의 죽음을 '알고' 있지만 어머니가 먼 여행을 떠났다고 '믿고' 있다. 종종 안부를 묻는 이들에게 그가 여행 중이라고 대답한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통해서가 아닌, 제가 직접 편지를 보내고 싶어하는 소망이 커서였을까. 프림은 바람을 능숙하게 다를 줄 알았다. 편지처럼 가벼운 물건은 손쉽게 원하는 곳으로 옮길 수 있다.


이름
프림 리나드 / Cream Linard
나이
10
키/몸무게
124cm/20kg
주종 원소
바람
고유 마나색
레몬 (LEMON)
제 13장-
따뜻한
바람이 소중한 소식을
고요히 전달했다.



1. "나중에는 같이 종이비행기를 타고 날아보자." / 로 메큅, 프림 리나드
: 로는 얼핏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보여도, 이따금 그 옆에 프림이 앉아있었다. … 로가 흘리고 간 지팡이며 소지품을 마치 헨젤과 그레텔처럼 빵가루 대신 주워 쫓아가는 역할은 프림의 몫이었다. 그렇게 도달한 곳은 과자집이 아니라 로의 곁이었으니,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 모양이다. 로가 말없이 내민 나무 열매에 입꼬리를 올리는 것도 잠깐, 프림은 말 수 적은 친구를 옆에 두고 종종 마법으로 종이비행기를 날렸는데, 뚫어져라 바라보는 로의 시선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둔하지 않았다. 그래서 프림은 그렇게 물었다. "같이 날려 볼래?" 언젠가 두 사람은 함께 커다란 종이비행기를 날릴 수 있을까?
2. "루스, 다음 수업은 3시 시작이야." / 루스 포레스트, 프림 리나드
: 두 사람은 본래 그리 친한 사이가 아니었음에도 같은 날에 입학한다는 소식에 얼굴을 마주하는 일이 많아졌다. 가깝지 않은 거리에 사는 둘은 항상 약속을 정하고 만났는데, 날이 지날수록 프림은 루스의 시간이 약간 다르게 흘러간다는 걸 깨달았다. 저와의 약속에 늦는 건 괜찮지만, 수업에 늦으면 안 될 텐데. 루스가 걱정된 프림은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도록 루스를 꼬박꼬박 챙기다 보니 이제는 그의 시간표를 외우기에 이르렀다. 귀찮은 일을 떠맡은 것처럼 보이지만, 프림 또한 루스에게서 웃음을 얻으니 이만한 친구가 또 있을까?
3. "편지를 태우고 날려 보내는 건… 결국 같은 의미예요." / 만티카 스보타, 프림 리나드
: 프림은 만티카를 처음 봤을 때부터 그가 불편했지만, … 그는 어린 묘지기였으며 프림은 어머니의 묘비에 놓인 꽃이 누구의 배려인지 알고 있었다. 만티카의 천진난만한 웃음 앞에서 프림은 꼭 억지로 꿈에서 깬 듯이 인상을 찌푸렸는데, 그럼에도 만티카는 그에게 늘 말을 걸어왔다. 만티카의 끈질기고 또 살가운 마음에 프림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이 꽃은 보답이에요." 그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프림은 만티카가 그동안 어머니의 묘비에 놓은 꽃과 같은 것을 선물했다.
4. "아이샤, 언니라고 불러도 되어요?" / 아이샤 베아트리체, 프림 리나드
: 프림은 늘 맏이처럼 행동했으나 그에게도 예외는 있었다. 아이샤는 프림과 달리 정말로 동생이 여럿 있는 언니였다. 그는 프림이 말하지 않아도 사정을 눈치채고는 늘 아껴주었기 때문에, 프림에게 있어서 아이샤는 정말로 언니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아이샤에게 받은 깃펜은 리본도 풀지 못하고 소중히 보관 중인 것을 그는 알까? … 남을 돌보는 일에 능숙한 사람들로서, 둘은 절친한 친구이자 사이 좋은 자매였다.
5. "오늘은 함께한 일을 적도록 할까요?" / 마샤 맥퀸, 프림 리나드
: 늘 행복하고 기뻐 보이는 마샤에게도 우울한 날이 하루쯤은 있었다. 머리 위로 먹구름 낀 사람을 혼자 둘 수 없는 프림은 그동안 제가 행복을 쌓아둔 종이 상자를 들고 찾아갔으며, 다행히도 마샤는 이내 웃음을 되찾았더랬다.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하던가. 마샤와 프림은 쪽지를 하나씩 꺼내볼 때마다 그날의 행복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하며 곱절이 되는 행복 속에 녹진히 파묻혔다.
6. "없다고 늘 슬프고 외로운 건 아니에요. 그렇죠?" / 오데트 아가피테이, 프림 리나드
: 오데트와 프림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이 그들 사이에서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켰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특별한 계기 없이 두 사람이 깊이 공감하고 가까워지는 데에 일조했다는 사실이다. 두 사람은 지난 시간 한 번도 서로의 사정에 대해 얘기한 적은 없었지만, 오데트의 식당에 방문하는 날이 많아질수록 확신할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린 많이 닮아있을지도 몰라요." 그렇게 두 사람은 말없이 찾아갈 수 있는 친구가 되었다.